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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후배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서른둘, 목이 아프지도 붓지도 않은 채로요. 일반적으로 암은 중장년층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정작 제 주변에서 먼저 현실이 됐습니다.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2030세대 암 환자는 최근 5년간 단 한 번도 줄지 않았습니다. 이게 남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저는 후배 소식을 듣고서야 실감했습니다.

검진 사각지대 — 아파야 병원 가는 나이의 함정
후배는 동네 내과에서 건강검진을 받다가 갑상선에 결절이 보인다는 말을 들었고, 부천 성모종합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끝에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본인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저는 솔직히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머릿속이 잠시 멈췄습니다. 평소에 아무 증상도 없었다는 게 더 무서웠습니다.
갑상선암의 주요 증상은 목 통증, 쉰 목소리, 삼킴 곤란 등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아주 미미한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갑상선 결절이란 갑상선 조직 안에 생기는 혹 모양의 덩어리를 말하는데, 대부분은 양성이지만 일부는 암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증상이 없으니 검사를 하지 않으면 발견 자체가 어렵고, 2030 세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암이 바로 이런 방식으로 숨어 있는 갑상선암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합니다.
문제는 현재 국가 암 검진 체계입니다. 20·30대는 자궁경부암을 제외하면 국가 암 검진 대상에서 사실상 빠져 있습니다. 검진의 사각지대, 즉 제도적으로 정기 검사 대상이 아닌 연령층에 속해 있다는 뜻입니다. 젊다는 이유로 검사를 미루다가,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다가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문가 지적이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젊은데 뭐 대단한 병이 있겠어"라는 막연한 안도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후배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제 판단이 얼마나 근거 없는 낙관이었는지 느꼈습니다. 조기 진단된 암 환자의 생존율은 92.7%에 달합니다(출처: 국가암정보센터). 발견 시점이 예후를 결정한다면, 검사를 미루는 건 그냥 운에 맡기는 것과 다름없는 일입니다.
- 갑상선암: 2030 세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암. 증상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검사 없이는 조기 발견이 어렵다
- 국가 암 검진 사각지대: 20·30대는 자궁경부암 외 국가 검진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자발적 검진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
- 조기 발견 시 생존율 92.7%: 발견 시점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달라지므로, 증상이 없어도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 인터넷 자가 진단 후 방치: 젊은 층일수록 병원 대신 검색에 의존하다가 진단이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생활습관이 쌓아 올린 만성염증의 시간
후배 병문안을 다녀온 다음 날 아침, 저는 컴퓨터를 켜서 부천 성모병원 건강검진 예약을 했습니다. 별 이상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손은 예약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예약을 마치고 나서야 제 하루를 찬찬히 돌아봤는데, 솔직히 좀 부끄러웠습니다.
하루 종일 의자에 붙어 앉아 업무를 보고, 점심은 배달앱으로 매운 자극적인 음식, 야근 날엔 편의점 삼각김밥과 에너지드링크가 저녁이었습니다. 이게 특별한 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거의 매일의 루틴이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전문가들이 지목하는 원인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 제 일상과 정확히 겹칩니다.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이란 공장에서 여러 단계 가공을 거쳐 첨가물, 향미료, 색소 등이 대량으로 들어간 식품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편의점 삼각김밥, 즉석 라면, 탄산음료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런 식품들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즉 장 속에 살고 있는 수백조 개의 미생물 생태계를 교란하고 만성염증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만성염증이란 급성 통증처럼 확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낮은 수준의 염증 반응이 몸 안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상태입니다. 이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세포 변이를 촉진해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 현재 연구들의 공통된 방향입니다(출처: WHO 암 팩트시트).
좌식 생활, 운동 부족, 수면 부족, 만성 스트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하나가 결정적인 원인이라기보다, 이것들이 동시에 겹치면서 면역 기능이 서서히 무너지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청년층의 식생활 평가 지수는 54.6점으로 전체 평균보다 훨씬 낮고, 대장암은 2030 세대에서 단 4년 만에 80% 넘게 증가했습니다. 수치로 보면 무거운데, 제 경험상 이게 과장된 통계가 아니라는 걸 저는 제 일상을 돌아보면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암 예방은 중장년층부터 신경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후배 사례를 보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주 3~4회, 30~40분 이상의 규칙적인 운동, 초가공식품 줄이기, 수면 패턴 안정화. 하나씩 보면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지만, 이게 실제로 암 예방과 직결된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20대인데 갑상선암 검사를 꼭 받아야 하나요?
A. 국가 암 검진 대상이 아니다 보니 안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갑상선암은 증상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검사를 하지 않으면 발견 자체가 어렵습니다. 가족 중 갑상선 관련 병력이 있거나 목 부위에 이상이 느껴진다면 내과나 이비인후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효한 방법입니다.
Q. 갑상선 결절이 발견됐는데 무조건 암인가요?
A. 갑상선 결절은 성인의 상당수에서 발견될 만큼 흔하고, 그 대부분은 양성입니다. 결절이 발견됐다고 곧바로 암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크기나 모양에 따라 추가 정밀 검사가 필요한지 의사가 판단합니다. 다만 발견 후 방치하지 않고 전문의 소견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초가공식품을 자주 먹으면 정말 암에 걸리나요?
A. 초가공식품 하나가 암을 직접 유발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초가공식품 중심의 식단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교란하고 만성염증을 일으키며, 이 상태가 지속될 때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 현재 연구들의 방향입니다. 어느 하나가 결정적 원인이라기보다, 나쁜 생활 습관들이 겹칠 때 위험이 커진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Q. 2030세대 암 환자가 늘어난 게 검진을 더 많이 해서 그런 건 아닌가요?
A. 조기 검진 확대로 인해 발견율이 올라간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만 국가 암 등록 통계 기준으로 2030세대 암 환자 수 자체가 5년 이상 연속 증가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같은 추세가 확인되고 있어 단순히 검진 증가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결론
후배의 갑상선암 소식은 제게 일종의 경고등이었습니다. 아프지 않으면 괜찮다는 생각, 젊으니까 아직 괜찮다는 막연한 믿음이 얼마나 허술한 근거 위에 서 있었는지를 이번에 제대로 느꼈습니다. 병원 예약을 하면서 두렵기도 했고, 평소에 몸 관리를 하지 않은 저 자신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인정이 오히려 출발점이 됐습니다.
조기 진단 시 생존율 92.7%라는 수치는 희망적인 동시에 조건부입니다. 일찍 발견해야만 그 숫자가 의미 있습니다. 정기 검진을 받고, 식단에서 초가공식품을 조금씩 줄이고, 주 3회 이상 몸을 움직이는 것. 거창한 계획이 아니어도 됩니다. 저는 일단 건강검진 예약을 했고, 그다음을 하나씩 바꿔나가려 합니다. 후배의 경험이 저를 가르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