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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콩팥병 환자의 약 47%는 당뇨가 원인입니다.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좀 무감각하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친한 친구 기석이 어머니가 신장질환 진단을 받으면서 그 숫자가 갑자기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증상이 거의 없었다는 말이 가장 무서웠습니다.

자각 증상이 없다는 게 왜 이렇게 무서운 건지
기석이 어머니는 몸이 좀 피곤하다는 것 말고는 딱히 불편한 게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결과를 받아 들고 나서야 콩팥 기능이 꽤 떨어진 상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가족들 모두 당황했고 기석이는 어머니를 모시고 곧바로 입원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콩팥은 흔히 '몸속 정수기'라고 불리는데, 등 쪽 좌우에 위치한 주먹만 한 크기의 장기로 하루 약 150L의 혈액을 걸러냅니다. 문제는 이 정수기가 상당히 망가질 때까지도 별다른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콩팥이 나빠지는 이유에 대해 "엄마 질환 같다"라고 표현하는 전문의도 있습니다. 아파도 말이 없다는 뜻입니다. 제가 이 비유를 들었을 때 정확하다고 느꼈습니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신호를 잡아내려면 두 가지 검사가 핵심입니다. 첫째는 혈액 검사에서 크레아티닌(Creatinine) 수치를 보는 것입니다. 크레아티닌이란 근육이 활동하면서 만들어지는 노폐물인데, 콩팥이 제대로 작동하면 소변으로 잘 빠져나가지만 기능이 떨어지면 혈액에 쌓입니다. 이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면 콩팥 기능 저하를 의심해야 합니다. 둘째는 소변 검사입니다. 소변에서 단백뇨(Proteinuria)나 혈뇨(Hematuria)가 발견된다면 콩팥의 필터 역할을 하는 사구체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입니다. 여기서 사구체란 모세혈관이 실타래처럼 뭉쳐진 조직으로, 혈액에서 노폐물을 걸러내는 콩팥의 핵심 구조물입니다.
기석이 어머니 경우를 보면서 제가 직접 느낀 건,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혈당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만 체크하고 신장 관련 수치는 그냥 넘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저도 반성이 됐습니다.
검사 수치, 어디서부터 위험 신호인가
콩팥 기능을 가장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수치는 사구체여과율(GFR, Glomerular Filtration Rate)입니다. 사구체여과율이란 콩팥이 1분 동안 걸러내는 깨끗한 혈액의 양을 수치화한 것으로, 쉽게 말해 콩팥이 제 기능을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성적표입니다. 국민건강검진에도 포함되어 있어 결과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사구체여과율의 단계별 의미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90 이상: 정상 범위
- 60~89: 당뇨·고혈압 등 원인 질환 집중 관리 시작 단계
- 45~59 (3기): 콩팥 기능 저하 확인, 전문의 정기 추적 필수
- 15~29 (4기): 빈혈·부종 등 합병 증상 동반, 투석 준비 검토
- 15 미만 (5기): 말기 콩팥병, 투석 또는 신장 이식 필요
기석이 어머니는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3기 단계였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이야기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건강검진 결과지를 다시 꺼내 보게 됩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사구체여과율이 같은 수치라도 떨어지는 속도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3개월 만에 5% 이상 감소했다면 원인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짠 음식을 많이 먹었거나 음주가 있었다면 그것이 단기간 급락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콩팥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손상이 쌓이기 때문에, 수치의 변화 추이를 꾸준히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한신장학회에서도 당뇨·고혈압 보유자는 매년 1회 이상 사구체여과율과 단백뇨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신장학회). 이 권고를 알고 나서는 저도 다음 검진 때 결과지를 이전과 다르게 볼 것 같습니다.
식단 관리, 무조건 줄이는 게 정답은 아니었습니다
기석이 어머니가 입원하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 중 하나가 식단이었습니다. 집에서는 국물 음식과 짠 반찬을 즐겨 드셨는데, 병원에서는 저염식으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가족들도 그 식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냥 싱겁게 먹는 정도로만 생각했던 거죠.
그런데 콩팥 기능이 떨어진 경우, 식단 관리는 생각보다 훨씬 섬세합니다. 단백질 섭취량을 줄여야 하는 이유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백질이 분해되면 혈액 속에 질소 노폐물이 생기는데, 콩팥 기능이 저하되면 이 노폐물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사구체에 부담이 가중됩니다. 단백뇨 양이 많아질수록 콩팥 손상이 빨라진다는 근거가 현재까지 명확합니다. 이 때문에 고기, 생선, 두부, 콩, 우유, 달걀 같은 단백질 식품을 아예 끊는 게 아니라, 기존 섭취량에서 약 30% 줄이는 방식으로 조절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칼륨(Potassium)도 중요한 관리 대상입니다. 칼륨이란 세포 기능 유지에 필요한 전해질인데, 콩팥 기능이 사구체여과율 60% 이하로 떨어지면 혈중 칼륨이 쌓여 심장 리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과일과 생채소에 칼륨이 많이 들어 있어, 야채는 데치거나 물에 1~2시간 이상 담갔다가 먹는 방식으로 칼륨을 낮출 수 있습니다. 먹지 말라는 게 아니라 조리법을 바꾸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콩팥 식단을 이렇게 이해합니다. 건강 식단으로 자주 언급되는 지중해식 식사법, 즉 채소·곡물·올리브유·생선 위주 식단이 만성 콩팥병 초기에는 유효하지만, 3기 이후부터는 칼륨과 단백질 제한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중해식이면 다 된다'는 생각은 다소 단순화된 면이 있다고 봅니다. 제 경우엔 기석이 어머니 사례를 보고 나서야 이 차이를 실감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콩팥이 나빠지고 있는데 왜 증상이 없는 건가요?
A. 콩팥은 기능이 상당히 떨어질 때까지 남아있는 기능으로 보상하기 때문에 자각 증상이 늦게 나타납니다. 부종이나 빈혈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사구체여과율이 이미 30% 이하로 떨어진 4기 이후인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기보다 정기 검사로 수치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Q. 당뇨가 있으면 콩팥이 왜 더 빨리 나빠지나요?
A.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사구체 내 모세혈관에 대사 노폐물이 쌓이고, 혈관이 굳어지면서 콩팥의 필터 기능이 떨어집니다. 만성 콩팥병 원인의 약 47%가 당뇨인 만큼, 당뇨 환자는 혈당 관리와 함께 정기적인 신장 기능 검사가 특히 중요합니다. 당화혈색소 수치만 잘 나온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Q. 소변에 거품이 많으면 무조건 신장 문제인가요?
A. 일시적인 거품 소변은 수분 부족이나 소변 속도 때문에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거품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면 단백뇨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단백뇨란 콩팥의 필터 기능이 손상돼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오는 상태로, 이 증상이 반복된다면 소변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콩팥에 좋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기능이 회복되나요?
A. 한번 손상된 콩팥 조직은 재생이 어렵습니다. 식단 관리와 약물 치료의 목적은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남은 기능이 더 이상 빠르게 떨어지지 않도록 속도를 늦추는 것입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는 관리를 통해 진행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도 투석이나 이식 시점을 크게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꾸준한 관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결론
기석이 어머니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친구에게 그동안 고생했다는 말을 건넸습니다. 그 일을 겪으면서 제가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이겁니다. 몸이 아프다고 느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는 것, 그리고 검진 결과지를 꼼꼼히 보는 습관이 실제로 그 시점을 몇 년씩 앞당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뇨나 고혈압이 있다면 크레아티닌 수치와 사구체여과율, 단백뇨 여부를 반드시 챙겨 보는 것이 좋습니다. 식단도 무조건 엄격하게 제한하기보다, 현재 콩팥 상태 단계에 맞는 방식으로 조금씩 조절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증상이 없을 때 시작하는 관리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 이번 일을 계기로 저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