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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특이점 이후의 미래 (기술적 특이점, 소버린 AI, 제조업 암묵지)

by arina_love88 2026. 2. 19.

AI 특이점 이후의 미래 (기술적 특이점, 소버린 AI, 제조업 암묵지)

서울대 윤성로 교수는 AI를 Perception → Generative → Agentic → Physical AI로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과 소버린 AI, 그리고 제조업 암묵지라는 세 가지 축으로 AI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합니다. 이 글은 그 핵심 논점을 비판적으로 분석합니다.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은 사건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과정이다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이라는 개념은 John von Neumann이 처음 제안하고, Ray Kurzweil이 여러 저서를 통해 구체화한 개념입니다. Ray Kurzweil은 그의 책에서 2045년 전후를 특이점 도래 시점으로 예측하며, 그 이후의 세계를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합니다. 하나는 생명의 신비를 이해하고 영원한 삶에 가까워지는 유토피아적 미래이고, 다른 하나는 AI로 인해 인류와 지구가 파괴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입니다. 윤성로 교수는 이 이분법적 틀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시각을 제시합니다. 특이점은 독립기념일처럼 특정 날짜에 선언되는 사건이 아니라, 영역별로 점진적으로 인간을 앞서는 누적 변화의 총합이라는 것입니다. 이 관점은 매우 타당합니다. 이미 번역·요약·질의응답과 같은 언어 과업에서 AI는 "대부분의 사람보다 낫다"는 체감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물리적 행동, 즉 Physical AI 영역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이처럼 특이점은 특정 순간에 모든 분야에서 동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분야마다 다른 속도로, 다른 시점에 도달하는 연속적 과정입니다. 결국 어느 순간 사회는 충분한 체감의 축적 끝에 "특이점이 왔다"라고 선언해 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서 중요한 통찰이 하나 생깁니다. 기술적 특이점은 순수한 공학적 정의만큼이나 사회적 합의와 체감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Alan Turing이 1950년대에 제안한 Imitation Game Metric처럼 성능 평가의 기준 자체가 인간 지능과의 비교에서 출발했습니다. 따라서 "특이점이 왔는가"라는 질문에는 기술적 판단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느 수준의 AI 능력을 '인간을 초월한 것'으로 받아들이느냐는 집단적 인식의 변화도 포함됩니다.

아래 표는 AI 발전 단계를 정리한 것입니다.

AI 발전 단계 특징 대표 능력 현재 수준
Perception AI 인식·지각 중심 얼굴 인식, 음성 인식, 텍스트 인식 성숙 단계
Generative AI 생성 중심 글·이미지·영상·음악 생성 고도화 진행 중
Agentic AI 자율·능동적 행동 스스로 목표 설정 및 실행 (Proactive) 초기 상용화 단계
Physical AI 물리적 상호작용 휴머노이드 로봇, 물리적 조작 연구·개발 단계

중요한 것은 이 네 단계가 순차적으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윤성로 교수의 말처럼 학교에서 국어, 영어, 수학, 과학이 모두 중요하듯, Perception AI가 사라지고 Generative AI가 오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가 동시에 발전하면서 사회 전반에 스며드는 구조입니다. 이 점을 이해해야 특이점을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상태'로 바라보는 시각이 가능해집니다.

소버린 AI(Sovereign AI) 전략의 가능성과 한계: 구호를 넘어 제도 설계로

소버린 AI(Sovereign AI)는 특정 국가가 자국의 문화, 언어, 산업 구조에 최적화된 AI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운용하자는 개념입니다. 윤성로 교수는 이 주제에서 찬반 양측의 논리를 균형 있게 소개합니다. 찬성 측은 국방 산업과의 연계, K-AI의 해외 수출 가능성, 문화적 정체성 보존을 강조합니다. 반대 측은 스케일링 법칙(Scaling Laws)의 현실을 지적합니다. 즉, 자원 투입량이 성능과 비례하는 구조에서 미국과 중국 대비 100분의 1 수준의 자원으로 동등한 성능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입니다. 교수는 "처음부터 다 만들 필요는 없고, 오픈 모델을 가져와 내재화하자"는 현실적인 절충안을 제시합니다. 이 전략은 분명히 타당한 방향입니다. 그러나 이 전략이 성공하려면 '내재화'의 범위가 단순한 파인튜닝(Fine-tuning)을 훨씬 넘어서야 합니다. 진정한 소버린 AI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요소들이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첫째, 데이터 거버넌스입니다. 어떤 데이터를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활용하며 어디에 저장하는가의 문제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법·제도의 문제입니다. 둘째, 산업 특화 평가 체계입니다. 범용 벤치마크가 아니라 국내 제조·의료·법률·국방 현장에서 실제로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를 측정하는 고유한 평가 기준이 필요합니다. 셋째, 배포·보안·책임 규정입니다. AI가 오작동했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롤백(rollback)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으면 기업은 결국 검증된 외산 AI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넷째, 인재의 귀환 구조입니다.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를 거쳐 국가에 기여하듯,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AI 연구자들이 귀환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EDA 툴(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과 NVIDIA의 GPU 수출 통제를 전략 카드로 활용하고, 중국은 희토류와 미국 국채를 레버리지로 사용합니다. NVIDIA의 H200처럼 고성능 GPU를 중국에 판매할지 여부를 두고 미국 정부의 전략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결국 기술 봉쇄와 기술 의존 유도 사이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계산입니다. 이처럼 AI 패권 경쟁은 단순한 모델 성능 경쟁이 아니라, 반도체·에너지·데이터·인재·규범을 포괄하는 국가 운영 능력 전쟁입니다. 결국 "AI를 가장 잘 쓰는 나라가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가진다"는 명제는 맞으면서도 위험한 단순화입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값비싼 탱크가 저가 드론에 무력화되는 장면은 현실이지만, 자율 AI 무장화가 실제 전장에서 기술력만으로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통신 교란, GPS 스푸핑, 공급망, 윤리와 책임 소재, 그리고 오판 비용이 복잡하게 얽힌 복합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제조업 암묵지(Tacit Knowledge)와 AI: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전쟁터

윤성로 교수가 제조업의 미래와 관련해 제시한 두 가지 핵심 키워드는 손의 정교함(Dexterity)과 장인의 암묵지(Tacit Knowledge)입니다. 인간의 뇌는 전체 노력의 30% 이상을 손 움직임 제어에 사용하며, 이 정교함을 로봇으로 재현하는 것은 기계공학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인간의 근육처럼 적은 에너지로 유연하게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구현하는 것은 아직 기술적 한계가 있습니다. 그보다 더 깊은 문제가 암묵지(Tacit Knowledge)입니다. 교수는 지식을 세 단계로 분류합니다. 가장 낮은 수준인 Know-What은 "어디에 있느냐"처럼 사실을 답하는 것이고, Know-How는 문제가 생겼을 때 경험을 바탕으로 해결하는 능력이며, 가장 깊은 수준인 Know-Why는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요리로 비유하자면, "소금 한 꼬집"이라는 지시는 Know-What이지만, 왜 그 타이밍에 그 양을 넣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Know-Why입니다. 한국 제조업의 현장에는 수십 년의 경험을 가진 장인들이 보유한 Know-Why가 광범위하게 존재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대규모로 은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암묵지를 AI로 이전하는 것이 한국이 가장 현실적으로 AI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한국은 제조 데이터와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공정·품질·안전은 '정답이 문서에만 있는' 영역이 아니라 암묵지와 예외 처리의 연속입니다.

지식 단계 정의 제조 현장 예시 AI 구현 난이도
Know-What 사실 기반 응답 불량률 수치 조회 낮음
Know-How 경험 기반 문제 해결 기계 이상 시 조치 절차 중간
Know-Why 원리 기반 이해 특정 조건에서 소금 한 꼬집을 넣는 이유 매우 높음

그러나 이 기회를 현실로 만들려면, 멋진 데모 시스템보다 현장 실패를 버티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안전한 자동화 설계, 사람과 기계의 협업 구조, 사고 발생 시 롤백(rollback) 체계, 그리고 책임 분배에 관한 운영 기술이 기술 개발만큼이나 중요합니다. Agentic AI나 Physical AI가 제조 현장에 투입될 때, 오작동 시 책임이 AI 개발사에 있는지, 현장 운영자에 있는지, 발주 기업에 있는지가 불분명하면 도입 자체가 막힐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AI가 제조업의 암묵지를 이전받으려면, 데이터 수집 단계부터 현장 전문가와 AI 연구자가 협업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데이터를 넘겨주면 AI가 알아서 학습하는 방식은 Know-What 수준에서는 통하지만, Know-Why 수준의 지식을 이전하기에는 근본적으로 부족합니다. 장인이 왜 그 판단을 내렸는지를 언어화하고, 그 언어화된 지식을 AI가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것이 한국이 AI 제조업 강국이 되기 위해 투자해야 할 핵심 영역입니다. 윤성로 교수의 강연은 Technological Singularity를 점진적 누적 과정으로 보는 시각, 소버린 AI의 현실적 균형 전략, 그리고 제조업 암묵지 이전의 중요성이라는 세 가지 통찰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이나 "AI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프레임이 강화될수록, 사회는 기술을 성찰보다 동원의 대상으로만 다루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특이점 이후의 미래는 낙원과 디스토피아의 이분법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규칙과 인프라를 설계하고 어떤 책임 구조를 갖추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결국 핵심 질문은 "특이점이 오느냐"가 아니라, 점점 커지는 AI의 힘을 우리가 통제 가능한 제도로 전환할 수 있느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은 실제로 언제 도래할까요?
A. Ray Kurzweil은 2045년 전후를 예측했지만, 윤성로 교수를 비롯한 많은 연구자들은 특이점이 특정 날짜에 도래하는 사건이 아니라 분야별로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누적 변화라고 봅니다. 이미 번역·질의응답 같은 언어 과업에서는 AI가 대부분의 사람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이고 있으며, 이런 체감이 쌓이면 사회적 합의로서의 특이점 선언이 먼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소버린 AI(Sovereign AI) 전략에서 한국이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A. 단순히 "국산 AI"라는 구호를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스케일링 법칙(Scaling Laws)에 따라 자원 투입이 성능을 좌우하는 구조에서, 미국·중국 대비 투자 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성공하려면 오픈 모델 내재화를 기반으로, 데이터 거버넌스·산업 특화 평가 체계·책임 규정·인재 귀환 생태계가 함께 설계되어야 합니다.

Q. 한국 제조업에서 AI가 암묵지(Tacit Knowledge)를 흡수하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한가요?
A. Know-What이나 Know-How 수준은 데이터 학습으로 어느 정도 구현 가능하지만, Know-Why 수준의 장인 암묵지는 현장 전문가와 AI 연구자의 긴밀한 협업 없이는 이전이 어렵습니다. 장인의 판단 이유를 언어화하고 구조화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며, 동시에 현장 실패를 버티는 시스템 설계, 사고 시 롤백(rollback) 체계, 사람-기계 협업 구조와 같은 운영 기술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Q. NVIDIA의 GPU 수출 통제와 AI 패권 경쟁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A. 미국이 중국에 대한 NVIDIA H200 같은 고성능 GPU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가격 구조 전반에 영향이 생깁니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강국으로서 이 경쟁에서 수혜를 볼 수도 있지만, EDA 툴 같은 소프트웨어 인프라는 여전히 미국 의존도가 높습니다. AI 패권 경쟁은 GPU와 모델 경쟁을 넘어 에너지·전력 인프라·인재·규범을 포함하는 국가 운영 능력 전쟁이므로, 한국도 이 전체 맥락에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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